한국 진출 1년, 깃랩은 왜 간담회서 ‘데브섹옵스’ 강조했나?
안녕하세요,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송주상 기자입니다.
깃랩이 7월 1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한국 사용자 지원에 나선지 1년 만입니다. 2019년 8월 활동을 시작한 깃랩 한국 담당 인력 규모는 크진 않았지만, 데브옵스에 보안이 더한 ‘데브섹옵스’를 필두로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비록 화상이었지만, 시드 시브랜디 깃랩 CEO가 직접 깃랩으로 데브섹옵스를 어떻게 조성하는지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이우상 깃랩 한국 엔터프라이즈 영업 부문 이사가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을 이야기했습니다.
●참고 기사: 깃랩, 한국 도전장 “데브섹옵스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현”
이날 발표는 특별한 업데이트나 프로모션보다는 깃랩 솔루션 자체에 관해 소개했습니다.
깃랩이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 선언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깃랩 자체를 알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깃랩은 ‘깃(Git)’ 개념을 통해 위키와 추적 기능을 제공하는 데브섹옵스 시스템입니다. 비슷한 데브섹옵스 툴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단일 솔루션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무료버전과 유료버전 모두 오픈소스로 코드를 공개했죠.
단일 솔루션과 오픈소스라는 강점은 깃랩이 성공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었습니다. 2019년 기준 온프레미스(On-premise)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산실을 사용하는 10곳 중 7곳은 깃랩을 사용한다는 이야기죠.
깃랩이 갑자기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을 발표한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시작한 한국 기업의 ‘아날로그 엑소더스’ 영향이 큽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코로나19로 많은 국내 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네이티브’ 필요성을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실제 클라우드 도입율은 글로벌 기준으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6월 출간한 R&D KIOSK 73호에 따르면, OECD 평균 클라우드 사용률은 30.6%입니다. 하지만 국내 사용률은 반도 안 되는 12.9%에 그칩니다.
② 클라우드 도입 수준 자체는 낮지만, 국내 IT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고 온라인 사용이 늘면서, 망 과부하에 대해 전세계가 긴장했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고의로 화질을 낮춰 송신하기도 했죠. 하지만 국내 통신사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고, 실제로 네트워크 자체로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실효성 논란이 있었지만, 5G가 가장 먼저 상용화되기도 했습니다. 또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클라우드의 심장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건설하고 있거나 완공했습니다.
③ 여기에 깃랩은 데브옵스에 보안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글로벌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 베스핀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클라우드로 전환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보안’(47%)입니다.
깃랩이 제공하는 보안 대시보드 등을 통하면, 코드 단계에서부터 보안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보안에서 문제가 없다면, 지금까지 보안을 꺼리던 국내 기업 입장에서 깃랩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일단, 깃랩을 사용하면 보안 솔루션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별도 보안 솔루션을 사용하더라도, 깃랩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맞게 조정하면 될 뿐입니다.
④ 여기에 단순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깃랩이 그들의 발표대로 개발, 보안, 운영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솔루션과 비슷한 성능을 보여준다면, 기업 입장에서 여러 솔루션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클라우드를 처음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한 번에 다 되는 ‘원스톱 솔루션’ 깃랩이 편안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깃랩이 한국 시장에서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아쉬운 부분이 ‘진입장벽’입니다. 당연히 모든 솔루션에는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솔루션 업체가 기술 지원을 하고, 커뮤니티 가꾸기에 열을 올립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깃랩은 상황이 다릅니다. 깃랩이 제공하는 유료 버전을 포함한 모든 솔루션은 ‘오픈소스’입니다. 이 오픈소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실 프로그램을 잘 이해하거나, 활성화된 커뮤니티에서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깃랩은 거대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두 영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깃랩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힘을 주어 말한 부분이 바로 커뮤니티 활성화와 기술 지원이었습니다. 국문 깃랩 가이드, 뉴스레터 등을 활용해 일반 유저층을 지원하고, 전문 엔지니어를 통해 기업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올해 4월 메가존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고요.
사실 이제 깃은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익숙한 개념입니다. 깃의 등장으로 컴퓨터 파일의 변경 사항을 추적하고, 그 덕에 여러 명의 사용자 간의 파일 작업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개발에서는 혁명이었죠. 그리고 2005년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르발스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햇수로 15년이 된 지금, 깃은 이제 하나의 사업입니다.
깃으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후발주자 깃랩이 왕좌에 앉을 수 있을까요?
※ 마소 401호 관련
국내 유일의 소프트웨어 전문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마소) 401호에 깃랩의 이우상 이사가 한국 지원에 대한 계획을 밝힙니다. 마소 401호는 7월 21일 발행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