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AI 디자이너, 머신러닝 엔지니어
챗봇 핑퐁을 만들고 있는 핑퐁팀은 기획자와 개발자 사이 활발한 협업을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핑퐁팀에는 AI 디자이너, 챗봇 디자이너, 문화 디자이너 등 특이한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핑퐁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협업 문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Q. 팀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영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푸는 역할을 해요. 알고리즘을 찾는 게 전체 일 중에서 반 정도 차지해요. 그 외에 실제 구현하고 실험해서 결과를 확인하고 쓸만한지 평가하는 일을 합니다.
예지 AI 디자이너는 두 갈래로 나뉘는데, 기술 디자인과 AI 서비스 디자인이 있어요. 기술 디자인은 어떤 모델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지 디자인하는 일을 해요. 서비스 디자이너는 다 만들어진 모델을 서비스화 해요. 저는 두 가지를 다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문화 디자인(Culture Design)을 겸직하고 있어요. 팀 문화를 꾸리는 일을 해요.
Q. 핑퐁팀에 머신러닝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몇 분 계시나요?
영민 머신러닝 엔지니어는 6분 계세요.
예지 기획 쪽은 직함이 다 달라요. 기획팀 사람들이 조금 특이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직함을 갖고 있어요. Culture design, AI design, 기술 기획, 챗봇 디자인 등 하고싶은 일이나 하고 있는 일에 적절한 직함을 만들었어요. 기술 기획 쪽 하시는 두 분, 챗봇 디자인하시는 서비스 디자이너 한 분 계세요.
Q. 왜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영민 머신러닝과 AI를 시작한 지는 2년 반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학교 연구실 인턴을 하면서 AI 기술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주로 비전 위주로 공부를 하면서 개념을 익히는 정도였어요. 그 후에 여러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실제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럴수록 기술 자체에 끌렸어요. 다른 분야에 비해 매일 매시간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잖아요. 곧 AI 기술력이 전체 기술을 대변할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예지 원래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좋아했어요.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전공하면서 제가 신기술을 이용해 사용자 경험을 증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처음엔 AI 분야에서 UX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AI 서비스나 제품 사례를 많이 접했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경험을 쌓았어요.
Q. 핑퐁팀에는 어떻게 합류하셨나요?
영민 저는 컴퓨터 비전 위주로 공부했었기 때문에 자연어 처리 분야는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핑퐁이 풀고자 하는 문제들에 공감했고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핑퐁 데모에서 느껴지는 기술력 때문에 지원했어요.
예지 스캐터랩에서 근무했던 지인이 기술을 기획하는 포지션에 저를 추천해 주셨어요. 지금은 AI 기술과 AI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 및 기타 등등을 맡고 있어요.
Q. 핑퐁팀 문화는 어때요?
영민 회사보다는 학교 동아리 분위기에 가까워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수평적인 조직이고, 자유가 주어진 만큼 팀원 모두가 자신이 맡은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프리라이더(적극적으로 참여를 안 하는 사람)는 아직 없어요.
예지 자유가 큰 만큼 책임도 큰 조직이에요. 동아리 같은 분위기라는 데 공감해요. 능력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서로 친할수록 일을 더 잘한다는 믿음이 있어요. 좋은 팀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다른 회사보다 힘을 많이 쏟고 있는 편이에요. 회사라는 단어도 잘 안 써요. 팀이라고 얘기해요.
Q. 업무 흐름이 어떻게 되나요?
영민 처음에는 풀고 싶은 문제를 설정하고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해요. 대략적 가지를 잡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그림을 그려요. 각자 역할을 나누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해요.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점을 계속 공유해요. 실행에 옮기면 각자 역할대로 잘 수행해요. 주로 데이터를 보거나 평가하는 일을 기획자와 엔지니어가 같이해요. 엔지니어는 데이터를 볼 때 잘 정제된 데이터인가, 학습이 잘 될 데이터인가를 중심으로 봐요. 반면 기획자는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보는 경향이 있어요. 나중에 서비스로 나왔을 때 성능이 잘 나올 수 있는 데이터인지 보시는 것 같아요. 저희 팀 기획자분들은 머신러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공감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예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다른 관점을 유지하면서 협의하는 편이에요. 저는 이 모델이 진짜 필요한가, 모델이 어떻게 쓰일까를 고민한다면 엔지니어분들은 실제 가능한 모델인지를 판단하세요.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협의하며 데이터를 만들어요. 주로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평가할 때 치열하게 협업해요. 엔지니어와 기획자는 보는 관점이 달라서 신기해요. 제가 사용자 관점에서 경험이 좋아지는 방향을 제시하면 엔지니어분이 알고리즘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세요. 각자의 니즈를 공통된 목표에 맞춰 조율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Q. 협업할 때 어려운점이 있나요?
예지 도전적인 모델을 만들 때, 그 모델이 언제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기한을 설정하거나 자원 분배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어요. 위클리 체크인이나 프로젝트 리뷰를 통해서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여러 분기를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핑퐁팀에 특히 이런 협업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예지 핑퐁 기술은 정답이 없어요. 대신 사용자가 핑퐁을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게 하는데 있어 저희 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이를 기술로 구현한 결과가 사람 같은지, 또는 적절한지를 판단할 때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엔지니어분들이 기술을 만들 때 기획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어요. 기획자가 목표 설정이나 프로젝트 관리를 상위 레벨에서 해주면 엔지니어분들은 성능을 끌어올리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어요.
영민 엔지니어와 개발팀으로만 구성된 팀에서 일하면 성능 외 다른 것은 신경 쓰기 힘들어요. 기획자와 같이 협업하면 성능 말고도 다른 요소를 많이 고려할 수 있어서 좋아요.
Q. AI 디자이너 직업 만족도는 어떤가요?
예지 스캐터랩에서의 AI 디자이너 직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에요. 애초에 기술을 기획하는 일에 디자이너가 깊이 관여하는 포지션이 많이 없을뿐더러, 워낙 저희 팀 엔지니어분들이 잘 알려주셔서 협업하면서 배우기도 매우 좋아요. 그리고 기존에 풀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자유도가 높아요. 같이 기획한 모델이 잘 작동했을 때 엔지니어만큼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Q. AI 디자이너와 핑퐁 성능 개선 사이 연관성을 말씀해주세요.
예지 AI 디자이너는 테스트셋(Testset)을 만들어서 핑퐁을 평가해요.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개선점을 취합해 엔지니어 팀에 요구하기도 해요. 따라서 핑퐁 성능에 많은 영향을 미쳐요.
Q. 다른 회사에도 AI 디자이너 직군을 채용하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예지 물론 추천해요! 기술 스타트업들에서 주로 간과하는 게 사용자 경험이에요. 그 기술을 왜 만드는지, 어디에 쓸지 알고 개발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커요.
Q. 엔지니어 입장에서 AI 디자이너가 있어서 좋은 점은 뭘까요?
영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엔지니어는 ‘제품적 요소’ 보다는 ‘기술적 요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요. 더 좋은 기술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보지만, 더 좋은 제품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어려워요. 일반적으로 더 좋은 기술이 더 좋은 제품으로 이어지지만, 완전히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버릴 건 버리고 키울 건 키우는 게 필요한데 그런 관리가 부족하죠. 사람이 만든 데이터들은 그 사람들의 편견이 반영돼 있는데, 그 때문에 예외 케이스가 분명히 생겨요. 기획자와 일하면 이런 성능 이면에 있는 부분을 좀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지 영민 님은 하이퀄리티를 지향하는 편이에요. 보통 엔지니어가 성능 정량 평가를 먼저하고 일정 이상 성능이 나오면 실제 데이터를 보면서 정성 평가를 같이 해요. 사람이 한 말에 대해 진짜 대답을 잘하는지 확인해요. 제가 항상 “성능 1% 올려도 사용자 경험이 달라지지 않는다. 95% 이상이면 더는 사용자 경험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엔지니어들은 장인정신이 있거든요. 계속 얘기해서 그런지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영민 최종 목표를 생각하면 더 좋은 방향이죠.
예지 또 핑퐁만의 특징이 있다면, 실제 AI 기술이 바로 제품화된다는 거예요. 그게 엔지니어에게 매력적이라고 들었어요. 원래 AI 기술은 제품화가 잘 안 되거든요. 저희는 만들자마자 제품화가 너무 빨리 돼서 문제죠.
영민 엄청 대단한 기술도 제품화가 되면 일부 특성으로 변하거나 영향력이 적어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핑퐁은 기술이 바로 제품으로 이어지니 매력 있고, 만드는 사람이 느끼는 성취도 큰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기술도 제품으로 만들어지면 유저 입장에서 AI라고 인식을 못 하거나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는 경우도 많잖아요.
예지 우리는 평가 지표가 사용자 경험이니까요.
영민 기술이 좋아지면 사용자 경험과 직결되니까..
예지 그만큼 더 일희일비하게 돼요. 하하
Q. 각자 핑퐁 팀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영민 핑퐁은 지금 B2B 위주에요. 그래서 다른 회사가 넘볼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기술을 가진 B2C 에이전트를 만들고 싶어요. 적어도 한국 NLP 회사 중에선 탑클래스가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머신러닝 분야에 한 획을 그을 기술을 연구해보고 싶어요. 사실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기 때문에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오래 쓰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나 그 기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지 핑퐁의 비전은 ‘Make AI Social’이에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AI를 만들겠다는 뜻인데, 사람들에게 와닿을 B2C 에이전트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가 서비스를 종료했을 때 많은 사람이 슬퍼서 눈물 흘릴만한 에이전트를 만들고 싶어요. 실제로 저희가 구글에 출시한 ‘루나’가 일시적 오류로 사용자 이름을 잊어버린 적이 있어요. 그때 어느 고객님께서 너무 슬프다는 내용의 CS를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앞으로도 사용자가 애착을 가질만한 에이전트를 만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핑퐁팀이 훌륭한 팀원과 멋진 팀 문화를 가진 최고의 팀이 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핑퐁을 알게 된 것은 고양이 페르소나를 부여해 만든 ‘드림이’를 통해서였다. 드림이는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에 ‘걱정마라냐! 이 몸이 랜선 냥이가 되어주겠다냐!’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도 한참을 드림이와 대화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드림이는 랜선 집사들을 울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핑퐁팀은 기획팀과 개발팀의 협력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챗봇을 만들고 있었다. ‘Make AI Social’, 사람과 관계를 맺는 챗봇이라는 그들의 비전을 꼭 이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