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해치랩스 대표 “ICO 기술 검증 우리가 하겠다”
[개기자의 개터뷰 #5]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 오세용 기자가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필드의 개발자를 소개합니다.
다섯 번째 인터뷰이로 김종호 해치랩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김종호 대표는 스타트업 VCNC과 어웨어에서 일했던 개발자로 블록체인의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컨트랙트 보안에 관심이 있어 현재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오딧(Audit, 감사)하는 스타트업 해치랩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블록체인 학회인 디사이퍼 부회장으로도 활동하는 교과서 같은 개발자 김종호 대표를 소개합니다.
– 자기소개를 해달라.
김종호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VCNC에서 3년, 어웨어(Awair)에서 1년 반 개발자로 일했다. 작년 말부터 블록체인을 봤다. 처음엔 주말 등을 활용해 공부했는데, 할 게 너무 많더라. 기술, 이코노미, 거버넌스 등 틈틈이 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올해 초 퇴사 후 본격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대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를 함께 만들어 같이 공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가 재밌었는데 개발자다 보니 기술적 부분이 눈에 잘 들어왔고, 마침 보안 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레이어가 한국에 없었다. 그래서 스마트 컨트랙트를 오딧(Audit, 감사)하는 해치랩스를 만들었다.
– 혹시 인터뷰 많이 하나? 자기소개가 준비된 멘트인 것 같다.
… 종종 인터뷰하긴 했다.
– 인터뷰 마쳐도 되겠다. 고생했다.
… 계속하자.
– 회사 이름은 왜 해치랩스인가?
해치가 그 전설 속의 동물이다. 사전적 의미는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전설 속의 동물이다. 블록체인 시장 처음에는 안 좋은 의도의 프로젝트가 많았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 모르겠더라. 하지만 ICO 할 때 코드를 보면 어느 정도 판별이 가능했다. 코드 레벨로 판별을 해주는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영어 Hatch는 ‘부화하다’라는 뜻이다. 고객사에는 기술적인 도움을 주면서 팀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해치랩스는 이런 두 의미를 가진 중의적 이름이다.
– 오딧이 뭔가?
해치랩스 오딧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보안적 취약점을 찾는 도구를 이용한 과정이다. 기존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사용되는 정적분석 도구 같은 것인데, EVM(Ethereum Virtual Machine) 특화 도구를 해치랩스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도구로는 오옌테(Oyente), 미스릴(Mythril) 등이 있다. 이 도구들은 이미 알려진 공격 이슈를 걸러낸다. 이를 자동으로 하는 도구다.
두 번째는 알려진 이슈 외 새로운 취약점이 있을 수 있다. 테스트 코드로 시뮬레이션하는데 이는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코드 커버리지가 100% 될 정도로 짠다.
세 번째는 이더리움에 특화된 이야기다. 이더리움은 트랜젝션시 가스(GAS)가 소모된다. 가스 비용을 최적화하는 이슈다. 가스 최적화 방안을 가이드 해준다.
세 가지 오딧이 끝나면 리포트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리포트 내에는 이슈가 레벨 단위로 나누어져 있다. 꼭 수정해야 할 레벨, 수정을 권장하는 레벨 등이다.
– 해시랩스가 오딧을 한 뒤 성공적으로 ICO를 한 팀이 있나?
에어블록(Airbloc Protocol)을 해치랩스가 오딧했다. 국내에서 매우 잘 된 케이스다. 현재는 OKEX 거래소에도 상장이 돼있다. 최근에 했던 프로젝트는 캐리 프로토콜(Carry Protocol)이 있다.
– 개발자로 일했는데 리포트라니, 관련 비즈니스 경험이 있었나?
해외 및 국내 사례를 참조했다. 기존 산업에서도 다 있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오딧 리포트는 이 시장에 와서 처음 접했다.
– 해치 랩스는 어떻게 구성돼있나?
5명이다. 이 중 4명이 엔지니어다. 아! 현재 채용 중이다.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는 지원 바란다.
– 투자는 받았나?
안 받았다. 감사하게도 해치랩스를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있어 팀원 월급을 주고 있다. 다만 투자 고민은 하고 있다. 해치랩스의 확장 방향이 잡히면 투자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것 같다.
– 해치랩스가 포지션을 참 잘 잡은 것 같다. ICO 고민하는 팀의 니즈를 정확히 짚은 것 아닌가? 게다가 김종호 대표의 커리어도 해치랩스까지 잘 이어진다.
블록체인이 핫하다 보니 전 회사에서 IoT 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도 관련해 조사하다가 푹 빠졌고,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다.
– 요즘 블록체인 시장 분위기가 연초랑 다르다. 언제 더 시장이 열릴 것 같나?
내년 1분기가 중요한 시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국내 시장을 보면 카카오, 라인 등 대기업이 움직이고 있다. 기술 기업 외 기존 비즈니스 기업들이 블록체인 시장에 넘어온다면 이들 기술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기술 지원이 내년 1분기쯤 준비될 것 같다.
카드사들도 내부적으로 프로젝트를 하는 것으로 안다. 이 팀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 확장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은 기술적 지원이 필요한데, 해치랩스가 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해치랩스가 오딧만 하는 것은 아니다.
– 또 다른 비즈니스가 있나?
해치랩스 비즈니스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오딧이다. 오딧을 하다 보니 ICO 프로젝트를 많이 봤고, ICO 스마트 컨트랙트를 잘 만들게 됐다. 그래서 두 번째 비즈니스가 나왔다.
두 번째는 ICO 솔루션이다. ICO 솔루션은 토큰 세일 스마트 컨트랙트와 KYC(Know Your Customer, 고객 알기 제도) 관리도구로 구성돼 있다. 이게 왜 필요하냐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하면 ICO가 무척 중요하다. 돈이 모이는 프로젝트고 가장 먼저 돼야 해서 가장 잘하는 개발자가 투입된다. 하지만 3~6개월 이 일을 하고 나면 정작 원래 풀고자 했던 비즈니스 로직을 만들지 못한다.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치랩스는 블록체인 팀이 본래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게끔 ICO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dApp(Decetralized Applications, 탈중앙화 응용프로그램)을 만들 때 기술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ICO가 끝난 팀이나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만드는 팀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다.
dApp을 만들 때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프론트엔드에 보여줘야 한다. 보통 블록체인 데이터를 직접 가져오지 않고 미들웨어에 데이터를 옮긴 뒤 가져온다. 그 뒤 프론트엔드에서 함수로 데이터를 뽑아오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게 다 반복 작업이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가 컴파일 되면 ABI(Application Binary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이진 인터페이스)가 생성되는데 이것으로 매우 많은 것을 자동화 할 수 있다. 미들웨어로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도 자동화 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자동화하면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쉽게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팀이 대동소이한 작업을 모두가 하고 있다. 해치랩스는 이러한 미들웨어 외에도 dApp 개발시 필요한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려 개발 중이다.
– 그게 해치랩스 5명으로 커버가 되나?
바쁘다. 그래서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 해치랩스에 많은 지원 바란다.
– 해치랩스 멤버 5명은 어떻게 모았나?
5명 모두 디사이퍼에서 만났다. 김민석 COO와 개발자 3명이다. 디사이퍼에서 연구하다가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됐다.
– 디사이퍼는 지금 몇 명인가?
40명 정도 된다. 아, 지금 디사이퍼 2기를 뽑고 있다. 많은 지원 바란다.
▲디사이퍼 멤버. / https://bit.ly/2NcCpg1
– 디사이퍼 활동은 얼마나 하나?
주 1~2회 회의를 한다. 디퍼런스(디사이퍼 콘퍼런스) 때는 시간을 더 많이 들였다.
– 해치랩스 업무로 바쁠 텐데, 디사이퍼는 왜 하나?
현재 블록체인은 초기 산업이다. 때문에 연구가 없으면 따라가지 못한다. 기술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된다. 계속 이 분야를 하고 싶으면 연구를 해야 한다. 디사이퍼에서 함께 연구하고 있다.
– 디사이퍼 회장과 함께 마소 392호에 기고를 했는데?
어느 날 김재윤 디사이퍼 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기고 요청이 왔다고 했다. 기고를 망설이길래 당장 쓰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끼워달라고 했다. 마소는 학부 때 자주 보던 잡지였는데 내 글이 실릴 수 있어 감사하다.
▲”ICO와 새로운 토큰 세일 모델 DAICO” 김종호 필자의 글. /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2호 발췌
– 모든 엔지니어가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나?
글 쓰는 것 좋아한다. 그냥 아는 것과 글로 쓰는 것, 강의로 표현하는 것 다 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글로 쓰는 게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강의는 사실 대화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글은 논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
글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최대한 많이 쓰려고 한다. 해치랩스 미디엄(https://medium.com/haechi-labs)도 운영하고 있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많이 정리 된 것 같다.
– 커리어 이야기를 해보자. 다음에서 인턴을 했나?
다음소프트에서 했다. 당시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처리)에 관심이 있어 인턴을 했다. 송길영 부사장과 식사를 종종 했는데, 인사이트를 많이 배웠다.
인턴은 2달 정도 했는데, 기술을 비즈니스 스토리로 만드는 방법을 조금 배웠다. 비즈니스 리포트를 쓰는 것도 이때 경험해봤다. 짧은 기간에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다.
– 페이스북 프로필에 있는 STARTWAVE는 뭔가?
내 인생을 바꾼 엄청난 사건이다. 지금의 디사이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대학교 2학년 때, 스타트업보단 벤처가 많이 쓰이던 시기였다. 친형이 경영대 학회 활동을 많이 했고, 덕분에 나도 형들과 함께 어울렸다. 그중 한 명이 스탠퍼드로 MBA를 갔는데, 거기서 스타트업과 해커톤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학생들이 아이디어 스피치를 하고 팀을 이뤄 실제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었다.
그 경험을 하고 몇몇 사람이 모여 한국에서도 스탠퍼드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게 스타트웨이브(STARTWAVE)다.
당시 함께 했던 분들이 지금 스타트업 업계에 퍼져있다. 스타트웨이브에서 만든 해커톤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됐고, 행아웃으로 수상 결과를 공유했다. 이 계기로 전기공학부였던 나는 컴퓨터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좋은 기회로 실리콘밸리에 가서 주요 IT기업 본사도 방문했다.
이후 스타트업을 경험하려 VCNC에 들어갔고, 그렇게 지금까지 흘러왔다. 지금 스타트웨이브는 활동하지 않지만, 당시 만났던 사람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STARTWAVE 해커톤. / STARTWAVE 페이스북
– 해치랩스 비전은 어디까지 그렸나?
블록체인이 가치가 있으려면 엔드유저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까지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다. TPS(Transaction Per Second, 초당 트랜젝션 수) 이슈, UX 이슈 등 너무도 많다.
해치랩스는 이 중 개발자들이 겪는 문제들에 집중했다. 결국 엔드유저가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고, 해치랩스도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해치랩스 이후의 김 대표 개인 비전은 뭔가?
지금과 똑같이 창업하지 않을까? 연쇄 창업가가 될 것 같다. 회사에 다니는 것도 좋지만, 내가 만든 제품으로 영향을 끼치고 의사결정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아직은 그게 창업이라고 생각한다.
▲개기자와 눈 크게 뜨기의 달인 김종호 대표. / 오세용 기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람을 찾고 있다. 자바스크립트를 잘하는 개발자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면 해치랩스 구성원들이 알려줄 수 있다. 해치랩스와 함께해요!
– 좋은 개발자 구하길 바란다. 난 간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