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환 책프협 회장 “글쓰기는 개발자에게 굉장한 힘이 된다”

[개기자의 개터뷰 #2]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 오세용 기자가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실제 프로덕트를 만드는 필드의 개발자를 소개합니다.

두번째 인터뷰이로 유동환 책쓰는 프로그래머 협회 회장을 만났습니다. 유동환 회장은 13년 차 개발자로 현재 LG전자 선행기술팀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권의 책을 썼고, 2016년 책쓰는 프로그래머 협회(책프협)를 만들어 개발자들과 글쓰기 노하우를 나누고 있습니다. 글쓰기가 개발자에게 굉장한 힘이 된다는 유동환 책프협 회장을 소개합니다.


▲위풍당당 유동환 책프협 회장. / 오세용 기자


– 자기소개를 해달라.

유동환이다. 책쓰는 프로그래머 협회 회장이다. 안드로이드를 8년째 개발하고 있다. 총 개발 경력은 13년 차다. C, 자바, 안드로이드 등을 다룬다.


– 안드로이드 개발을 오래 했다. 지금 어디서 일하나?

2010년에 아이폰 3GS를 처음 써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스마트폰을 만들고 싶어 LG전자에 왔다. 그 뒤로 계속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 아이폰이 좋은데, 왜 LG전자를 갔나?

자바를 주 언어로 도메인을 바꾸는 커리어를 보냈다. 자바 개발자에게 안드로이드가 접근성이 더 좋았다. 또한,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안드로이드 제조사밖에 없었다. 그래서 LG전자에 왔다.


– LG전자에서 뭘 만들었나? 특히 기억에 남는 앱이 있나?

처음엔 LG 스마트폰 주소록 기능을 담당했다. 이후 다른 기능도 개발했다.

특히 ‘LG 옵티머스 G Pro’ 스마트폰이 생각난다. 당시 USP(Unique Selling Point) 기능으로 ‘내 폰과의 대화’라는 기능을 만들었다. 내 폰과의 대화 기능은 만약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때, 미리 설정해둔 암호를 포함해 문자를 보내면 부재중 전화 등 몇몇 정보를 문자로 보내주는 기능이다.

당시 안드로이드 OS를 수정하며 기존에 없던 기능을 만들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 제조사 앱이라니,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독특한 경험이다.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자기소개로 책쓰는 프로그래머 협회를 가장 먼저 말했다. 책프협, 이게 뭔가?

책프협은 페이스북 그룹이다. 2016년 8월에 그룹을 만들었다. 2016년 9월 내 첫 집필작 <안드로이드를 위한 Gradle(한빛미디어)>이 나왔다. 7월쯤 책을 다 썼는데, 9개월간 책을 쓰면서 많이 힘들었다. 다른 저자들의 힘든 점도 궁금했고, 책을 쓰고 싶은 개발자들에게 경험을 나누고자 만들었다.


– 책프협에서는 뭘 하나?

초반에는 글쓰기에 대한 포스팅을 이틀에 한 번씩 올렸다. 주로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후 2016년 10월 처음 비어파티를 했다. 당시 8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6명이 지인이었다. 그냥 편안히 책 쓰기에 관심 있는 개발자들이 모이는 파티다.


– 그냥 맥주를 마시나?

그렇다. 분기마다 모이는데, 이게 1년이 지나니까 많을 땐 25명도 모인다. 첫 1년은 책 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책을 쓴 개발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1년이 지나니까 분기마다 최소 1명씩은 새로운 저자가 나오더라. 현재는 분기마다 3명 이상의 저자가 생기고 있다.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사인도 받고, 이야기를 나눈다.

▲2018년 7월 책프협 비어파티(우측 6번째가 유동환 회장, 우측 3번째가 오세용 기자). / 책쓰는 프로그래머 협회


– 지난 7월 모임에 나가보니, 정말 아무 프로그램도 없더라. 회원들이 만족하나?

프로그램이 없어서 더 좋아하는 회원도 있다. 일반 개발자 모임은 특정 기술을 매개체로 모여서 해당 기술 얘기만 한다. 하지만 책프협은 저자 20여 명이 다 분야가 다르다.

자바, 안드로이드, 코덱, 파이선, 유튜브, PHP, 인공지능, C#, 챗봇 등 정말 다양하다. 그 때문에 어떤 기술 이야기만 할 수가 없다. 덕분에 집필과 번역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책노리 포스터. / 책쓰는 프로그래머 협회


– 비어파티 말고 다른 프로그램은 없나?

책노리가 있다. 올해 3월 처음 진행했는데, 5명이 발표를 했다. 개발자와 개발전문 서적 편집자, 인문학 작가를 모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20~30명이 참석해 훌륭히 진행됐다.

작가와 출판사가 발표했으니, 다음 책노리에는 유통사, 서점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직군의 사람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표다.

행사 외 몇몇 회원은 별도로 만나 1:1 집필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8명 정도 컨설팅을 해줬다. 컨설팅 내용은 정리해 글로도 썼다. (유동의 브런치)


– 유 회장은 언제부터 책을 썼나?

처음 2002년에 번역서를 썼다. 개발자 커뮤니티 자바카페에서 활동하다가 우연히 제안을 받아 4명이 공동 번역을 했다. <프로페셔널 자바 웹 서비스(정보문화사)>다.


– 번역은 어땠나?

너무 힘들었다. 경험도 부족했고, 영어도 서툴렀다. 모든 여가시간을 투입해 4개월간 번역했다. 팀원들과 합숙을 했던 시기도 있었다. 다시는 번역을 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시기다.


– 그 다짐 지켰나?



– 2002년 번역서를 쓴 뒤, 첫 집필서가 2016년이다. 공백이 길다. 그동안 뭘 했나?

2005년에 교환학생과 어학연수를 했다. 2006년에 한국에 들어와 읽은 책을 추려봤다. 25권이었다. 단순히 독서 목록을 쓴 것이고, 2006년에도 목록을 썼다. 31권을 읽게 되더라. 2009년엔 40권으로 늘었다.


– 책을 많이 읽은 것인가?

그렇다. 숫자가 보이니, 이 숫자를 깨고 싶더라. 5년쯤 그렇게 읽고 다음 5년을 계산해보니, 이거 500권 정도 읽을 수 있겠더라. 회사와 대학원을 병행하면서 최대 연 78권까지 읽어봤다. 결국 10년간 500권을 읽었다.


– 500권? 기술서를 500권 읽었나?

전혀 아니다. 60~70%가 경제, 경영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34권을 읽었고, <나폴레옹> 5권, <초한지> 10권 등 다양하게 읽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정말 좋은 책이다.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도 추천한다.

500권쯤 읽고 나니, 책을 ‘소비’가 아닌 ‘생산’이 하고 싶어졌다. 2015년 말이었다.


– 경제, 경영서를 읽었는데, 왜 기술서를 썼나?

경제, 경영서를 쓰고 싶었다. 지인을 통해 몇몇 출판사를 소개받아 미팅했다. 만나는 출판사 담당자들이 하나 같이 ‘기술서’를 제안했다.

당시 ‘그레이들(Gradle)’이란 기술을 사내에서 많이 사용했고, 이 내용으로 책을 써보자 싶어 집필 계획서를 쓰고, 제안해 쓰게 됐다. 그렇게 2016년 9월 내 첫 집필작 <안드로이드를 위한 Gradle(한빛미디어)>가 나왔다.


– 그때부터 계속 책을 쓴건가?

운이 좋았다. 출판사에서 내가 제안하기 전 그레이들 번역서를 내려고 했는데, 우연히 내가 제안을 해 먼저 썼다. 출판 후 그레이들 번역서를 제안받아 두 번째 번역서를 냈다.

2002년에 비하면 정말 쉽게 했다. 일단 혼자서 다 했고, 집필서를 쓰면서 그레이들에 대한 내용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영어가 2002년에 비해 더 익숙해진 것도 있었다.


– 지금까지 책을 몇 권 쓴 건가?

집필서 2권, 번역서 4권 총 6권을 썼다.

▲RxJava 프로그래밍. / 오세용 기자


– 6권 중 뭐가 가장 기억에 남나?

당연히 2번째 집필서 <RxJava 프로그래밍(한빛미디어)>

첫번째 집필서 그레이들은 실무에서 썼기 때문에 알고 썼다. 하지만 RxJava는 공부하면서 썼다. 자바를 오래 했지만, RxJava는 정말 어려웠다. 1년간 정말 고생을 너무 많이했다.


– 잘 모르는데 어떻게 썼나?

나는 공부할 때 정리를 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먼저 출판사에 정리를 잘 해보겠다 제안했다. 지금도 국내에 RxJava 집필서는 이 책뿐이다. 그만큼 정보가 부족하다.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악몽을 꾸며 마음고생도 심했다. 정말 영혼을 갈아 넣어서 썼다.


– RxJava는 어디서 운영하나?

리액티브X(reactivex.io)에서 운영한다.


– 왜 RxJava 커미터로 활동하지 않는가?

나는 Rx 라이브러리 내부를 모두 이해하진 못한다. RxJava는 러닝 커브가 정말 높다. 내 책은 RxJava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불친절한 가이드를 다양한 예제를 통해 친절하게 쓴 책이라 이해하면 된다.


– 예를 들면, 안드로이드 코어 분석이 아닌, 안드로이드 앱 개발 방법을 쓴 책으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 RxJava의 장점을 간단히 알려달라.

비동기 작업을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다.


– 정말 간단하고 너무 좋다.



– 기술은 추후 마소에서 설명하고, 글쓰기 얘기를 좀 더 하자. 개발자들이 왜 글쓰기를 어려워할까?

개발자들이 글쓰기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개발자가 쓸 글은 문학과 다르다. 기술서, 실용서는 메시지만 명확하면 된다. 두괄식으로 주제를 던지고, 그 주제를 풀어가면 된다. 그럼 개발자도 글을 쉽게 쓸 수 있다.


– 이게 컨설팅 내용인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집필 전 타깃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마소에 워드 10페이지를 쓴다고 하면 그림 3페이지, 소스 3페이지 먼저 넣고 나머지 3~4페이지로 그림과 소스를 타깃의 수준에 맞게 설명하면 된다.

쓰고자 하는 내용을 녹취해 받아 적는 것도 방법이다. 다시 말하지만, 두괄식으로 주제를 던지고 그 주제를 풀어가면 된다.


– 마소 필진에게 유용하게 소개하겠다. 앞으로의 책프협 계획은 뭔가?

지금처럼 저자들이 모여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공간을 지키고 싶다. 저자들의 기술력을 향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직 책을 쓰지 못한 회원을 책쓰기에 입문할 수 있도록 잘 안내하고 싶다.


– 유 회장의 앞으로 계획은 뭔가?

책프협과 같이 간다.

나는 선배들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우연히 시작한 자바카페에서 병역특례도 했고, 그때의 인연이 지금도 이어진다. 내가 받은 도움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

아,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기본기>라는 책을 써보고 싶다.


– 커뮤니티 선순환의 옳은 예를 보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배운 것을 나누는 개발자로 기억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책을 쓰고 싶은 개발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개발자에게 글쓰기가 굉장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개발자가 글쓰기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책 쓰기에 관심 있는 개발자는 언제든지 책프협에 와달라.


– 알았다. 난 이제 가겠다.

잘 가라.

▲유 회장과 오세용 기자. / 오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