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소프트웨어 시국선언

V3의 기원과 소프트웨어 업계가 가야할 길

최초의 백신을 만든 후, 두 분은 서로 조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의과대학을 유지했고, 최철용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두분 다 계속 틈틈히 프로그래밍을 계속 하셨습니다.

(C)Brain 이후 우려했던 상황처럼 여러 바이러스들이 한국 침공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안철수 전 대표의 백신은 월간 마소와 함께 다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5대 바이러스를 모두 퇴치해주는 V2 Plus 1.2 ⓒ마이크로소프트웨어

V2 Plus 1.2가 나오기까지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1988년 07월, 백신: 국내 최초 브레인 바이러스 치료
1989년 11월, 백신2: 우리나라 제작 추정 LBC 바이러스 퇴치 및 손상된 하드 디스크 복구 기능 추가
1989년 12월, 백신 2 Plus 1.0: 예루살렘 바이러스 제거 기능 추가
1990년 01월, 백신 2 Plus 1.2: 일요일 바이러스, 스톤 바이러스 퇴치 기능 추가

한국 내에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도 포함되었습니다.

V2 Plus 1.2는 당시 국내의 모든 바이러스(브레인 바이러스, LBC 바이러스, 스톤 바이러스, 예루살렘 바이러스, 일요일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의 계획으로는 화일의 구조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정리하고 예루살렘 바이러스 및 일요일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원리에 대해서 설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변형 바이러스의 경우처럼 이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원리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기사 내용 발췌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브레인 바이러스의 후기에서, 악용에 대한 우려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죠. 결국 국내에서 변종이 발생하자 바이러스의 원리에 대한 설명은 1990년 01월 이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 앞으로 국내에서 발견되는 모든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대한 치료기능을 백신 II 플러스에 추가시켜서, 이것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한국형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시국선언으로 보이지 않나요?

안철수 전 대표의 백신과 안랩(Ahnlab)의 탄생과정은 여러차례 방송에서 소개되었었지만, 직접 코드와 치료 후기를 보고나니 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V2와 V3의 개발과 함께 월간 마소의 편집 자문을 맡으며 안철수 전 대표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굶주림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1995년 3월, V3 개발 이후의 안철수 전 대표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어떤 BBS의 게시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만든 프로그래머가 형편이 어려워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광고를 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한 본지의 필자 중에서도 IBM PC를 구입하지 못하고 학교의 컴퓨터로 밤 늦게까지 공부해서 원고를 작성하는 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386 컴퓨터와 컬러 모니터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느린 컴퓨터와 흑백 모니터만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머가 열심히 공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는, 그리고 보답받지 못해서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이러한 현실에서 필자는 무엇인가 분명 너무도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과거 공유 소프트웨어는 현재의 오픈소스 정책의 큰 뿌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해외 사례들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오픈소스 연구와 정책은 상당히 뒤쳐져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들과 대학교들만 겨우 지원하고 있을 뿐, 안드로이드(Android)나 텐서플로우(TensorFlow)처럼 업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오픈소스가 아직까지 국내에서 구현된 사례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1995년 국내 정보통신업계는 하드웨어와 반도체에 치우쳐져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일본의 NEC 16비트 컴퓨터는 IBM PC에 비해 지원 소프트웨어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대표적인 하드웨어 실패사례가 되었습니다. 로터스를 누르고 1위로 오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노벨(Novell) 간의 전면전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절실히 보여주는 계기였습니다.

우리나라도 하드웨어 쪽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더이상 늦기 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우수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꼭 맞는 산업이다. 또한 미래 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면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없게 될 것이고, 우리의 생각과 문화조차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최초의 백신을 만든 후 상용 V3가 탄생(95년 7월)하기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 셈이죠.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와 V3는 여러 불합리한 여건 속에서 굴하지 않고 탄생한 것이죠. 무료로 배포했던 V3RES가 상용버전이 되기까지 들어간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잘 반영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16년은 어떤가요?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 란 별명이 생길만큼, 정말 많은 종사자 분들께서 밤낮없이 매진하고 계시지만, 사명감만으로 현실을 버티기엔 더 치열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마나 오픈소스는 저작권 같은 법규와 GITHUB 같은 서비스 덕분에 대중화의 시작점에 들어섰지만, 그 소스코드를 만져야하는 개발자 외 여러 IT 종사자 여러분들을 향한 대우는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내일이 있습니다.

* 넷마블, NC소프트, 쿠팡, LG전자, KT, 삼성전자서비스 외 알려지지 못한 많은 IT업계 선배 및 동료분들에 대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